비우면 더 충만해진다! 도쿄 미드타운의 디자인 경쟁력
[출처: 삼 성 | 원 문 (2008.3.27)]
더 쾌적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개발하여 경제와 문화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도시를 디자인하고 있다. 빌바오, 발렌시아, 파리, 슈튜트가르트, 글래스고, 요코하마의 미라토 미라이21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디자인 명품 도시들이다. 이 외에도 도시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운명을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가까운 일본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도쿄 미드타운'이다. 도심 재개발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도쿄 미드타운에 대해 알아보자.
1) 도시 르네상스의 상징, 도쿄 미드타운
도시에도 수명이 있다. 생명 있는 것들이 모두 그렇듯 도시도 생성·성장·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도시의 일생은 생명체의 삶의 여정과 닮아 있다. 도시가 생성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 노후를 맞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도시의 숙명이다. 인간에게 일생을 헌신하고 노후를 맞은 도시는 도시재생을 통해 새 생명을 얻는다.
일본 옛 방위청 부지에 거대한 복합 공간으로 탄생한 '도쿄 미드타운' 입구
2002년, 일본에서는 거대 기업 미쓰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6개의 회사가 '도쿄 미드타운' 개발에 착수한다. 도쿄 미드타운은 롯폰기 힐스에 이어 도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도시재생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도쿄 미나토구(港區)의 롯폰기 지역에 있던 옛 방위청 부지에 총 사업비 3,700억 엔(한화 약 2조 9,000억 원)을 들여 10만 2,000㎡의 거대 공간을 주거, 업무, 상업, 휴식, 문화 기능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일본 도시 르네상스의 상징이 되었다.
도쿄 미드타운은 높이 248m의 동경 최고(最高)의 마천루 미드타운 타워를 중심으로 미드타운 이스트, 미드타운 웨스트, 가든 테라스, 파크 레지던스 등 5동의 타워와 약 4만㎡의 녹지로 구성되어 있다. 오피스 빌딩에는 세계 굴지 기업의 지사와 일본 대표 기업의 사무소가 입주해 있으며, 이 외에도 쇼핑센터, 임대 아파트, 산토리미술관,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서 있다.
2)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사용자 중심의 도시 디자인
도쿄 미드타운 개발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도시 사용자의 관점과 편의를 최대로 고려한 설계에 있다. 개발에 참여한 기업, 건축가, 예술가, 코디네이터, 디자이너(인테리어, 그래픽디자인, 사인디자인 분야), 조경가 등 모두가 개발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특히 M.A.(Master Architecture)를 맡았던 SOM(Skidmore, Owing & Merrill LLP)사의 데이비드 맥 차일드(Divid M. Childs)는 도쿄 미드타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디자인 컨셉트는 그 동안 방위청으로 사용되어 주변으로부터 고립되었던 거대 공간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활기찬 장소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용자 중심으로 조성된 대규모 공원에는 유명 작가의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이 계획은 개방형 공원의 조성을 통해 실현됐다. 전체 개발면적 10만 2,000㎡ 중 히노키쵸공원(檜町公園)을 포함한 40%가 녹지로 조성됐다. 넓은 녹지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호수, 호수전망대, 실개천, 산책길, 각종 스트릿 퍼니쳐(Street furniture), 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의 공원이 사용자 중심으로 조성된 것은 도심의 개발 공간이 일부분 사적 소유라는 개념을 버림으로써 개방과 공유 그리고 나눔과 배려라는 열린 철학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를 통해 도쿄 미드타운은 도시 공동체적 삶의 모범 사례와 희망을 보여주었다.
3) 디자인의 파워와 일본 고유의 정체성을 만난다
문화 컨텐츠로 '디자인'을 채택한 도쿄 미드타운에는 일본 산업디자인진흥회와 일본 그래픽디자이너협회가 자리 잡고 있는 '디자인 허브', 스타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21_21 디자인 사이트(Design Sight)'가 자리잡고 있다. 디자인 허브는 기업·학교·디자이너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국제 디자인 교류, 교육, 세미나,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일본 디자인 발전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을 지하로 끌어내린 21_21 디자인 사이트 미술관
쇼핑센터인 갤러리아 매장에서는 일본 제품은 물론이고 전 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소비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프리미엄급 매장에 불과하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전 세계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의 유명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며, 쇼케이스인 것이다.
도쿄 미드타운 내 가든 테라스에 위치한 쇼핑센터
도쿄 미드타운의 도시 디자인 모티브는 일본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체적인 배치 계획은 일본 전통 주택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건축물의 외관은 일본 옛 민가의 건축 소재를 모티브로 사용 했다. 특히 미드타운 타워는 '우주'를, 타워 주변의 빌딩들은 일본적 개념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 전통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대규모 녹지인 히노키쵸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질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부터 일본은 아름다운 경관 주변에 집을 짓고 자연의 일부를 정원으로 옮겨왔는데, 이런 오랜 전통을 히노키쵸공원에도 적용함으로써 히노키쵸공원은 마치 오래 전에 만들어져 잘 관리해온 정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연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은 같은 느낌도 들게 한다. 그만큼 정교하고 자연스럽다.
자연의 일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히노키쵸공원
이 외에도 도쿄 미드타운은 사인(간판) 시스템, 건축물의 내부 인테리어, 예술작품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요소와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도쿄 미드타운의 도시 디자인을 통해 일본 특유의 정체성을 경험하고 만날 수 있다.
일정한 도시 공간 내에서 자족적 생활이 가능하고, 삶·휴식·문화·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도쿄 미드타운의 도시재생 사업은 성공적이다. 양보와 화합으로 마음을 비우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비움으로써 사람들에게 삶의 충만함을 선사하는 행복한 도시, 도쿄 미드타운. 도쿄 미드타운의 성공에는 개발을 위한 치밀한 계획과 그 계획을 현실화한 도시 디자인이 있었다.
도쿄 미드타운의 매력은 일본 고유의 정신에서 비롯된다. '화(和)'의 전통을 현대식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도시 디자인에 적용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으며, '디자인 파워가 국력'이라는 믿음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수용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가 도쿄 미드타운에서 배울 점은 그 수려한 외양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도쿄 미드타운을 관통하는 내면과 본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도시 디자인이 단순히 도시 환경을 꾸미는 유미주의적인 행위로 이해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도쿄 미드타운은 우리 도시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필자 송주철 /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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