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 성 | 원 문 (2008.3.28)]
첨단 기술을 누가 먼저 도입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디자인이야말로 핵심 경쟁력이라고 한다. 일류 기업들의 기술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인 경쟁력이란 단순하다. 다른 제품보다 좋은 디자인을 하면 되는 것인데,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기술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좋은 디자인을 볼 수 있는 눈이다. 세계를 감동시킨 월드베스트 제품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보자.
1) 전율적 감동을 주는 미학의 극치, 삼성전자 '보르도' TV
삼성전자는 브랜드 가치에서 소니를 앞서며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일등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르도' TV는 단연 최단 시간에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창조한 일류 제품이자 명품이다. 보르도 TV의 가장 특별한 차이점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기술 중심의 TV에 심미적 가치를 더하면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일등 제품을 창조한 것.
이 디자인에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자극하는 세련된 조형과 전율적 감동을 선사하는 빛의 미학이 들어 있다. 디자이너의 천재적 감각과 철학으로 조형과 감성적 요소들을 완벽하게 조화시킨 명품이라 할 만하다. 조형적 구조와 소재에 들인 세심한 정성은 한마디로 감동이다.
2)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몽환적 상상력, 뱅앤 울룹슨 '베오' 시스템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라 조각 작품에 가깝다. 통상적인 전자기기의 모습이 아니라 기계 미학적 상상력과 감성으로 정성스럽게 다듬어진 조형 작품이다. 기존의 기술 중심 제품에 구조적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담아서 절제되면서도 이질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예술적 공예 작품이다. 개성적 스타일의 차별화로 프리미엄 제품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3) 단순한 매력과 장인 정신의 섬세함, LG전자 '초콜렛폰'
'초콜렛폰'은 단순하다. 단순하기에 아름답다. 미국에 아이팟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에 버금가는 초콜렛폰이 있다. 단순한 조형적 미학에 섬세한 동양의 자개를 연상시키는 소재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흥분시킨다. 요란한 디자인이 아니다. 요염한 자태도 아니다. 장인의 혼이 녹아 들어간 듯 섬세한 완성도가 그 비결이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아주 작은 부분까지 고민해서 완성한 제품은 드물다. 아름답다.
4) 혁신적 발상으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디자인, 애플 '아이폰'
왜 모든 핸드폰은 똑같은 구조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왜 그렇게 많은 버튼이 필요하고, 손에 잡기 쉬워야 하며, 기계적인 모습에 기능적으로 보여야 하는가? '아이폰'은 이러한 개념들을 파괴했다. 실제로 사용자는 핸드폰을 쓰는 시간보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시간이 더 많다. 얇고 매끄러운 디자인은 소중하지만 다소 부담스럽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다루게 된다. 아끼는 소장품과 같은 고급스러움을 요구한다. 사용자를 위한 도구를 넘어서 애정을 요구하는 생명체와 같다. 우리는 이러한 디자인과 교감하며 진정한 소유의 기쁨을 만끽한다.
5) 감성적 가치와 기능의 완벽한 조화, 삼성테크윈 'VLUU' 디지털 카메라
아날로그 카메라는 기계적 장치다. 디지털 카메라는 이 전통을 이어받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블루(VLUU)'는 그 뿌리를 전통적 가치에서 찾아 기계적 원형의 순수함과 절제된 미학을 극대화하였다. 또한 기능들은 직관적이고 솔직하며 오래된 친구처럼 편하고 정감이 간다. 사용자에게 친숙함과 자신감을 주는, 배려가 담긴 디자인이다. 기계적인 모습에도 인간적 감성을 담을 수 있다. 블루가 그것을 증명한다.
6) 사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디자인,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
항상 그렇다. 사용자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기존 제품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꾸준히 연구할 때 기대 이상의 새로운 디자인이 탄생한다. 필립스 '아키텍' 면도기는 '지속가능 경영'의 개념을 '지속가능 디자인'으로 구현하고 있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철학이 보이는 디자인이다. 단지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디자인으로 사용자에게 만족을 줄 것인가를 생각한 결과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다음 작품으로 필립스가 우리에게 어떤 기쁨을 줄 것인지 기다리게 만든다.
- 필자 박영춘 / 미국 필라델피아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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