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88 (2016.01.16 최종회) 덕선 내레이션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 빈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
봉황당 골목을 다신 찾았을땐 흘러간 세월 만큼이나 골목도 나이 덜어버린 뒤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건, 내 청춘도, 이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기어코 흐른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 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신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 겹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리결 같은 나무 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쌍팔년도 우리의 쌍문동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 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쌍팔년도, 내 젊은 날이여...

Posted by o자세o (pose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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